박황재형 개인전...[공연/전시]
‘be’, 존재 혹은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끊임없이 묻고 답해졌을 이 물음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의 화두인가?. 그런데 과연 이 화두는 결함이 없는 완전한 것인가?.
386 끝자락 세대로 다섯번째 개인전과 130여회 단체전을 통해 다양한 작업을 선보인 작가 ‘박황재형’의 사진작업은 이런 의문으로부터 시작된다.
12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인사동 관훈갤러리, 21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인천 구월동 스페이스 빔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에서 ‘해답’을 찾아보자.
눈을 통해 지각되는 일상의 대상은 익숙하지만 사진으로 재현되는 그것은 오히려 지나치게 낯설다.
사진은 일상이 은폐하고 있는 예기치 못한 낯설음을 보여주며 ‘일상의 공간’을 ‘심리적 공간’으로 전이시킨다.
‘거기 있었음’에 대한 증명과 함께 ‘거기 있다 사라짐’과 ‘거기 있을 것임’을 중층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은 보편적, 일반적이라는 의미 속에 숨겨진 오류를 지적하며 ‘존재의 문제’를 환기시킨다.
작가는 이를 통해 검토 없이 수용되고 있는 일상에 관한 왜곡된 믿음을 해체적으로 재현해낸다.
존재의 문제가 역사적 의미의 증명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계열화되어 드러나는 ‘생성적 흐름의 발견’임을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진지하게 폭로하는 것이다.
박황재형의 이번 개인전은 기존의 미술 전시회와는 다른 방식을 택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각기 다른 직업의 필자들에 의한 글쓰기와 작가의 이미지 작업이 꼭지별 공동 프로젝트로 이루어졌다는 것.
다양하게 느껴지고 이해될 작업에 대한 가로지르기 식의 이러한 소통 방식은 전시 자료집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또 하나는 이번 작업이 전시회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 그에게 전시회라는 형식은 작업의 한 과정일 뿐 그 자체를 위한 작업이 될 수 없다.
작가는 전시회와 상관없이 글을 쓸 동료들과 지난 일 년 동안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작업의 한 과정인 전시회를 통해 보여준다.
작업 ‘be’의 구성은 Waver, Still, Vacate, Rain, Shadow, Ooze 등의 여섯 꼭지.
퍼붓는 빗속에서 의도적인 초점 흐리기와 느린 속도로 촬영된 ‘Waver’ 작업에 글쓰기로 동참한 김원옥(불문학자)은 이렇게 말한다.
“‘여기’와 ‘순간’이라는 한정된 상황 안에서 비바람의 음률로 춤추는 가지들의 ‘순간현상’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인식하게 하는 알레고리가 된다”.
‘Still’ 작업은 생성과 소멸을 끝없이 반복하는 미물의 생명체에 대한 에피소드.
“미천한 그들의 인생은 마치 평범한 인간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억의 도서관 같다”고 이관훈(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큐레이터)은 말한다.
“박황재형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한마디로 ‘흔적들의 흔적’이다,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사진들을 통해 대상을 해체함으로써 본질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있다”.
작업 Vacate에 대한 자유기고가 천정희의 평이다.
Shadow와 Ooze는 작가 자신의 그림자와 체모를 지속적인 촬영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스스로의 ‘흔적’을 통해 찾아간다.<정찬흥기자>chjung@incheontimes.com 인천일보2003년2월8일자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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