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사진미술관 만든 '사진예술 대모'
송영숙 한미사진미술관장"어려운 사진작가들 뜻 펴는 공간 됐으면"
[조선일보 주유린 기자]“한 사진작가의 10평 남짓한 공간을 찾아가봤어요. 낮에는 작품을 만들고, 밤에는 식구들이 잠자는 방이더군요.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사진을 놓지 않는 작가를 보고 마음이 아팠어요. 그러나 더 답답한 것은 대한민국에서는 사진을 예술로 봐주지 않는다는 거예요.”
최근 문화관광부로부터 ‘국내 1호 사진미술관’이란 허가를 받은 한미사진미술관의 송영숙 (宋英淑) 관장. 그가 사진미술관 개관이란 쉽지 않은 일에 나선 계기는 열악한 사진 예술계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송 관장이 사진미술관을 만들겠다고 나서자 “차라리 카메라를 전시하는 박물관을 운영하지 그러냐” “그 나이에 뭣하러 고생을 사서 하느냐”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하지만 대학 시절부터 카메라를 잡기 시작해 30년 넘게 사진을 놓지 않았던 그로선 이 땅의 사진 현실이 너무 척박했다고 한다.
송 관장은 오빠를 따라 카메라에 관심을 가졌고 숙명여대에 입학해서는 사진동아리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중국대사관 앞 길에 외국의 카메라 잡지를 보러 다니는 것이 좋아 시작했어요. 그러다 어두컴컴한 암실에서 생명이 하나하나 살아나는 것을 보는 짜릿함 때문에 푹 빠졌어요.”
그는 만삭의 몸에도 비원에 나가 사진을 찍을 정도로 열정을 쏟았다. 그렇게 해서 만든 작품들을 모아 10여 차례 개인전 및 그룹전을 열었다.
“우리나라에선 사진작가가 전시회를 열어도 작품을 사는 사람이 거의 없어 몇 명의 작가를 빼곤 다들 경제적 어려움과 좌절에 빠집니다.”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하던 그에게 3년 전 동료 작가들이 “당신이 나서보라”며 등을 떼밀었다. 송 관장도 작가들을 지원하고 용기를 줄 수 있는 사진미술관을 세워야겠다는 뜻을 굳혔다. 우선 남편인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첨단 과학을 다루는 제약회사에서 첨단 예술인 사진을 도와달라고 설득했죠. 6개월 만에 승낙해 주더군요.”
송 관장은 일본·영국 등의 사진박물관을 돌며 운영방식과 작가 지원책 등을 배워왔다. 동시에 국내외 사진 작품들을 수집하며 미술관 형식을 갖춰나갔다. 사진미술관 등록 허가는 그가 2년여 쏟은 노력의 결실인 셈이다.
“전시실과 수장고 3개를 합쳐 180여평밖에 안 되는 작은 규모지만, 다양한 사진작품과 전시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바닥과 벽면도 빛 반사 등을 고려해 특별히 신경 썼고 빛에 약한 사진을 보호하기 위해 특수조명도 마련했고요.”
‘한미사진미술관’은 관람료를 받지 않는다. 일반인들도 쉽게 놀러와 사진을 접하게 하기 위해서다. 작가들에겐 전시회를 열어주고 전시가 끝나면 작품을 구입해주는 것으로 용기를 북돋워주고 있다. 젊은 작가들을 발굴해 전시 기회를 주면서도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체계적으로 컬렉션해 이들의 소중한 작품이 소실되는 것도 막겠다는 생각이다.
“사진이 모든 예술의 밑바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겁니다. 더 늦기 전에 저라도 소중한 작품들을 모으고 작가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네요.” (02-418-1315)
조선일보/주유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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