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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는 사진을 이렇게 찍었다. (사진신문에서 )
이름: 박종환


등록일: 2003-03-01 20:54
조회수: 2539 / 추천수: 259



"인고"

사진을 촬영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한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하는 것을 여러번 겪어 온 터였지만, 반대로 절호의 기회를 우연하게 만나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이를 일컬어 행운의 기회라고 할 수는 있겠다.
그런데 이런 행운의 기회라고 하는 것이 쉽게 오지는 않는다. 설혹 이런 행운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해도 재빨리 포착할 수 있는 능력과 기량의 소유가 우선하지 않고는 전혀 불가능하다.
행운의 기회라고 하는 것이 그야말로 찰나라는 미세한 시간의 분해라는 생각이다. 시간의 여유가 있다고 해도 불과 5,6초라는 짧은 시간일 뿐이다.
그 피사체가 존재하는 현장에 완벽한 촬영 준비가 되어 있는 가운데 사진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행운의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행운의 기회는 백이면 백, 다시는 찾아오지 않는다.
사실, 별 것 아닌 것 같은데도 면밀한 관찰을 지속해 온 처지가 아니라면 좀처럼 피부로 느끼기가 어렵다는 생각이다.

풍경사진 한 점을 촬영한다고 해도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하는 것이 존재한다.
의도한 풍경사진을 한 점 창작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관찰에 이어 기상조건과 그에 따른 광선 상태를 예측할 수 있는 예지와 민첩한 촬영술이 작품을 판가름나게 한다.
별로 대단치도 않은 풍경사진을 촬영하는데에 5년여나 걸린 일도 있으며, 자동차로 불과 20분 거리인 지점의 풍경사진을 촬영하는 데에도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 온 예는 허다한 것으로, 많은 경험에 의한 결론으로 생각하고 있는 처지다.
그런데도 풍경사진쯤이야 이름난 관광지에 가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초심자들의 촬영술이 천편 일률적인 그림엽서 같은 사진들을 양산하는 결과로 치닫게 하는 것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이는 풍경 사진을 소재 위주로 촬영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잘못 해석한 사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풍경사진 한점이라고 해도 가볍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주제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표현을 위한 소재를 선별해서 framing을 완벽하게 이룬 이미지를 머리라는 하드웨어에 입력해 놓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인데도, 쉽게 처리하려는, 다시 말해서 카메라속에 필름을 장전하여 화인더를 겨누어 셔터 버튼을 누르면 된다는 안이한 태도에서 비롯되는 결과가 아니겠는가? 하는 것은 기우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으면 다행한 일이겠다.
전술한 것과 마찬가지로 행운의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무에게나 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오직 완벽한 framing을 이루어 머리라는 하드웨어에 이미지를 수없이 입력해 놓은 민첩한 사진가에게만 오는 특혜인 것으로 알고 있다.예지가 넘치고 민첩한 사진가라고 해서 주어지는 특혜는 아니다.
여기에는 꾸준한 관찰과 뜨거운 애정이 없으면 행운의 기회가 왔다고 해도 포착할 수 있는 능력밖의 이야기가 된다.
왜냐하면 사진은 그 기회가 당도했을 때 사진가가 그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행운의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첩경이라고 하겠다. 막연하고 안이한 가운데 행운의 기회를 포착하겠다는 생각은 과욕이다.
꾸준한 노력과 연습을 거친 사진가에게만 주어지는 신의 미소다.
수십회 이곳에 와서 관찰하면서 이미지를 굳혀 형상화하는 데에 열정을 다했다.
그런데도 최상의 사진 이미지는 별로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한국적인 정서를 전제로 장승이라고 하는 것을 정의하지 않으면 기대하는 이미지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참고자료를 다시 섭렵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한가지 특징적인 것을 찾았다.
장승이라고 제작해 놓은 것들이 전부 한국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느낌이 왔다.
왜냐하면 제작과정에서 연장을 어떤 것을 썼느냐? 하는 것과 재료인 나무를 어떤 것을 썼느냐? 에 따라 느낌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소나무를 주재료로 써서 자귀, 톱, 끌로만 제작을 해야만 우리네 정서가 듬뿍 풍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나무의 나이테와 결이 주는 뉘앙스는 우리네 가슴속에 정겨운 호소력을 전달해 오기 때문이다.
말끔하게 다듬질 하기 위해 Orbital sander(사포질)나 Hand grinder로 깔끔하게 끝손질한 장승은 이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겨 가슴에 와닿는 정서가 낯설기만 하다.
목장승은 아무리 강조한다고 해도 우리네 땅에서 자란 소나무로 수동 공구류로 제작을 해야만 가슴에 뜨거운 정서를 심어주는 것이 아니겠는가?하는 생각이다.
일종의 유행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웬만한 곳이면 장승이 없는 곳이 없다.
아무런 곳이나 목장승이 즐비하게 서 있는 추세다.
그런데 그 목장승이 아무렇게나 만들어져 아무렇게나 서 있는 것을 보면, 무엇인가 잘못 되어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은 필자의 노파심으로 돌리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 것 만은 숨길 수가 없다.
배경으로 쓰일 동네나 건축물과는 동떨어진 목장승들이 즐비하게 서 있는 데에서 이질감을 느끼기 때문에 이곳 강릉의 선교장 일대의 장승에서 애착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제작해 놓은 장승들을 눕혀 놓은 데에서 모티브를 얻어 15mm fish eye lens를 장착한 상태에서 낮은 카메라 앵글로 셔터 버튼을 눌렀다.
장승 촬영의 임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우두둑 떨어졌다.
15mm fisf eye lens를 장착한 상태에서 누워있는 장승을 촬영하면서 임종을 연상했는데,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데에서 엉뚱하게도 홍역같은 것을 연상하며 고통스러운 인간의 처절한 생존을 떠올리며 신중하게 셔터 버튼을 눌렀다.
Drive가 연속으로 설정되어 있어서 안도의 숨을 내쉬며 10여 컷이 진행된 것으로 추정하고 엎드렸던 자리에서 일어나려니 허리에 통증이 왔지만 잊을 수 있었다.
와르르 쏟아지는 비를 피하는 최선책을 강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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