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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디지털 사진과 아날로그 사진의 경계에 대한 思索
이름: 박종환


등록일: 2003-03-31 03:36
조회수: 2843 / 추천수: 226


디지털 사진과 아날로그 사진의 경계에 대한 思索

        김 영도 (사진평론가/ 국민대 박사과정)


1.들어가면서

사진 뿐만이 아니다. 기존의 모든 미디어나 장르들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삼투현상으로  정체성의 몸살을 앓고 있다.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강 하류엔  광범위한 삼투농도 변화에  삼투 스트레스를 겪으며 생존해 나가는 광염성(廣鹽性) 생물들이 있다.  21세기 초엽의  사진가들도 이들처럼 디지털의 농도변화에 적응하는 삼투조절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 Maya Kim-

얼마전 동해안 해수욕장에 간 적이 있었다.  그 곳엔 민물이 흘러 내려와 바다와  만나는 조그만 강이 있었다. 어디서부터 민물이고 어디서부터 바닷물인지 그 경계가 모호한 지점에서 필자는 발을 담그고 디지털사진과 아날로그 사진의 경계에 대해 사색해 보았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에선 그 경계를 정확히 구분 짓기는 어렵고, 단지 담수에 가까운지 해수에 가까운지 염분 농도의 차이에 의해 구분될 뿐이다.
경계짓기의 선행작업은 어떤 관점을 기초로 대상이나 개념들간의  차이는 무엇이며, 유사한 측면은 무엇인지 파악하는데서 출발한다. 그러면 민물과 바닷물의 차이와 유사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단지 염분 농도의 차이이며, 일치하는 점은 둘 다 물(水)이란 점이다. 마찬가지로 디지털사진과 아날로그 사진의 경계짓기 작업에 있어서도, 이러한 상황이 유사하게 전개되리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사진이란 말미로 끝나는 이 두가지 대립적인 뉘앙스의 사진유형은 다분히 기술적인 측면에 의해 분절된 느낌을 떨칠 수 없다. 관점을 바꾸어 사진의 수용미학적 견지에서 이 둘의 양태를 바라보면서, 디지털 사진과 아날로그 사진의 제작공정상에서 서로 벌어지는 정도(程度)의 차이점은 무엇이며, 좁혀지는 유사한 측면은 어떤 경우들인가? 이런 시각을 시발(始發)로 뉴 밀레니엄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진적 카테고리와 그 개념의 경계를 조금이나마 더듬어 보자.

2. 경계짓기의 기초; 차이와 유사의 의미

언어학자 소쉬르는 의미가 차이를 통한 선택과 조합의 과정을 통해 생산된다고 주장했다. 상이한 언어들은 실체에 대한 상이한 도면을 만들어낸다. 유럽인이 설경을 보았을 때 그들은 눈만 볼 뿐이다. 그러나 같은 설경도 에스키모에겐 훨씬 많이 보인다. 이것은 언어 분절의 수준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유사한 예로 호주의 원주민은 사막을 묘사하는 단어 수가 많다.                   -John Storey-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경험 세계는 사실 모호하고 연속적인 상태로 되어 있다. 이런 카오스적인 상황을 어떤 기준이나 관점에 의해 차이를 만들고 이를 범주화시키고 이름을 부여함으로 우리는 생존에 유의미한 개념을 형성한다. 세계를 개념화하는 가장 경제적이며 보편적인 도구는 바로 언어(言語)이다. 이런 언어에 대한 존중은 창세기에서도 살펴 볼 수 있다. 첫 장에 보면 암흑 상태의 혼돈으로 아직 무엇으로 묶어지던가 분절되지 않은 상황에서 말씀을 기준으로 빛과 기타 만물들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표현되어 있다. 이것은 우리가 어떤 혼동된 상태에서 어떤  분절의 기준점을  가지고 개념들을 묶어 내는 말씀의 작업 즉, 언어적인 그룹핑에 의한 개념 도출의 과정과  일맥상통한다.
다시 말해 어떤 혼돈 된 상황 속에 처해진 언어적 개념의 경계짓기는 먼저 어떤 관점(觀點)의 제시가 필수적이고, 그것을 기초로 가려지는 "차이성"와 "유사성"의 변증법적 그룹핑에 의해 정확한 변별적 정의(定義)를  드러낸다. 그러므로 관점이  먼저 분절의 잣대로 설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열되는 정의는 무의미한 작업일 수 있다.
여기서 세계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식의  열쇠인 "관점(또는 기준)"이란 존재는 처해진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다양한 의미 양태를 보여 줄 수 있고, 다양한 차이성에 의해 분절된 단어의 계열체를 생성해 낼 수 있다.
예를 들면, 에스키모들은 눈을 묘사하는 단어가 50가지가 넘는다. 그들은 자신들이 처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눈의 미세한 차이를 언어로 규정해 놓는 것이다. 우리는 눈(snow)을 세밀하게 분절하지 않아도 되는 자연환경에 살고 있어서 50가지씩이나 눈의 하부 단어를 구분할 절실함이 없는 것이다. 여기서 관점은 바로 살고 있는 환경이 되며 , 단어의 분절된 개념 경계는 이 관점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마찬가지로 디지털 홍수시대라는 환경 속에서 혼돈에 빠지지 않고 사진의 매체지형도를 제대로 파악하자면, 사진의 다양한 형태들을 규정하는 새로운 개념의 열린 좌표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서  에스키모들이 자신의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눈(snow)을 여러 가지 단어로 세분화했듯이 사진(photograph)도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교차하는 미디어 과도기 시대에 있어 생존과 통찰력을 가지기 위해 디지털 시대에 맞는 세분화된 사진 용어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3. 사진이미지 생산 방식의 새로운 수렴과 확장

디지털 기술의 궁극적 목적은 사실 아날로그 미디어의 파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보다 인간적인 커뮤니케이   션 인터페이스(HCI)의 구현에 있다. 그런데 왜? 디지털의 물결에 당혹 스러워 하는가?
                                                                        - Maya Kim-

공모전 사진 도록을 보면 사진 하단에 대체로 사진 데이타란 이름의 조리개치/셔터 속도/카메라 종류/렌즈/ 필름등에 대한 정보가  인쇄되어 있다. 그런데 과연 그 데이터로 찍으면 그와 같은 사진이미지와 의미가 생성되는가?  아니다. 사진의 이미지 생성이나 의미 발생은 단순히 앞에서 언급한 사진 데이타만으로는 필요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진제작방식의 시간적 단계를 분절해가면서 전체를 조망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은 각 시대별로 그 필요성에 의해 촉발되어 그 나름의 생산방식으로 독립된 매체성을 유지해오던 기존의 영상미디어들이 디지털 물결에 의해 다양하고 복잡한 작업방식측면의 변종들을 생성하고 있는 카오스적 상황을 정리하는 통찰력 있는 모델로 유용하다.  이것을 도식적으로 체계화시킨 것이  아래  "사진 생산 프로세스의 씨줄과 날줄"이라는 사진 전(全)단계( Pan-photographic process / 약칭 PPP 시스템)이다. PPP 시스템은 사진의 표준화된 제작 프로세스를 간단하게 종축과 횡축으로 세분화시켜 분절해 낸 도식으로, 분절된 각 단계 별로  사진가(image maker)나 감상자(image consumer)의  사진적 액센트가 어느 단계에 수렴되어 있는지를 체크해 보면서 다양한 사진의 의미 그리고 이즘(ism)이나 사진유형을 조망해 보는 하나의 모델이다. 이제 사진의 역사 속에서  표준으로 자리 잡은 스트레이트한 사진의 생산방식에 관한 각 단계별 도식인 PPP시스템의 관점에서, 아날로그 사진과 디지털 사진의 경계와 변종들을 체계적으로 탐색해 보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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